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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의 사다리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야곱이 형 에서를 피해 도망갈 때 하나님께서는 벧엘에서 그를 처음 만나주셨다. 꿈에 사닥다리가 서있는데 하늘까지 닿았고 그 위로 천사들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그 위에 서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게 된다. 창 28:10~22 땅과 후손들을 주시며 늘 함께 계시며 지키신다는 언약의 말씀을... 할아버지 아브라함과 아버지 이삭의 뒤를 이어 믿음의 계보를 잇게 되는 귀한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요한복음에도 예수님께서 나다나엘을 제자로 부르실 때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의 사자들이 인자위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리라” 요1:51 라고 이를 묘사하는 말씀을 하셨다.

책이나 영화의 제목으로도 여러 번 사용되었던 야곱의 사다리로 흔히 지칭되는 이 특이한 장면은 사다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고 하기도 하고 또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가교이며 우리의 구원과 하나님의 깊은 사랑을 의미한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이 경이로운 순간은 미술 작품으로도 많이 표현되었는데 샤갈을 비롯해 많은 작가들이 포함된다. 여기서는 17세기 체코에서 활동하였던 독일 화가 마이클 윌만(Michael Willmann 1630~1706)과 현대 한국의 정해숙의 그림을 통하여 이 주제의 표현을 살펴보고자 한다. 마이클 윌만은 프러시아에서 출생하였고 네델란드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나중에 실레시아의 로이버스 지역에서 활동하였던 바로크 화풍의 화가였다.

그의 그림은 바람이 세차게 부는 어느 날 밤 숲속에서 사다리가 하늘로 이어져 있고 그 위로 많은 천사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서 오르내리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성경에 충실하게 표현하였다. 하늘은 밝게 땅은 어둡게 색을 대비시키고 있으며 화면의 우측 하단에 돌베게를 베고 빨간 옷을 입고 누워있는 야곱을 배치하여 보는 이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과 화면 중앙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사다리, 그 위를 오르내리는 수많은 천사들 이 모든 역동성이 화면 구석의 작고 외로운 야곱에게 모아지게 하는 화가의 탁월함이 보인다.

한편 정해숙의 작품은 이 장면을 현대적 감각으로 추상화하고 기하학적으로 묘사하였는데 이 주제에 다른 성경적 주제들까지 결합하여 의미를 키우고 있다. 화면 중앙에는 사다리 대신 위로 오르는 계단으로 안정감 있게 표현되어 있는데 이것은 사다리를 계단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 신학적 견해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화면 아래쪽에 세상을 상징하는 도시가 있고 계단의 주위와 화면 중앙에는 사랑과 평화를 상징하는 큰 원이 둘러져 마치 하나님의 품안에 안겨 있는 듯한 푸근함을 느끼게 한다. 계단은 일곱 무지개 색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것은 우리에게 주시는 영원한 하나님의 약속을, 위로 갈수록 밝아지는 것은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하늘로 향하는 마음을, 오른쪽의 비둘기는 자신이 체험한 성령을 묘사하였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사랑과 은혜로 세상을 이기는 구원의 기쁨과 거룩함을 향한 신앙여정이 조용히 평화롭게 푸른빛으로 다가온다. 두 작품은 표현의 방식이나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만 야곱의 사다리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내려 주시는 은혜와 함께 하시는 평강, 그리고 하나님께로 향하는 작가의 간절한 소망이 느껴지는 훌륭한 작품들이다.

 

왼쪽 : 마이클 윌만, 야곱의 사다리, 1690년, 베를린 보데 미술관

오른쪽 : 정해숙, 기도, 2005년, 유화, 작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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